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됐다. 역사의 시계는 45년 전으로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3일 밤 불시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반국가 세력의 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 세력의 체제 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 밝혔다. 이에 박인수 계엄사령관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하고 6개 사항을 공개했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쳤다. 꿈을 꾸는 듯했다. 머릿속에는 한편의 다큐처럼 환영이 지나간다. 시커먼 군홧발에 푸른 옷, 두툼한 손안에 잡힌 몽둥이들이 춤을 춘다. 그 때의 그 모습처럼...
미치지 않으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작금의 대한민국은 전쟁도 아니고 소요사태가 있지도 않은 상태였다. 정치권의 극한 대립은 있었지만 그저 국민들은 평온 공공연하게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비상계엄령이란 말인가?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다. TV에는 군인들이 국회로 진입하는 모습들이 계속 나온다. 시민과 보좌관들이 이들을 막고 있지만 위태위태하다. 그러고 보니 국민들의 잘못된 선택(대통령 선거)이 이렇게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이번 사건은 여실히 보여줬다.
그럼에도 시대는 변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넘어갔다. 무인자동차와 로봇이 꿈틀거리는 세상이다. 모바일로 모든 정보를 손바닥 보듯이 신속하게 볼 수 있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서 계엄군이 총칼로 무조건적인 자유를 억압할 수는 없다.
그만큼 정치와 언론을 완벽히 통제할 순 없다. 그 얘기는 즉, 비상계엄은 유지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실적으로도 그렇게 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의도와 배경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결국 판단한 자의 개인적인 성향이 많이 작용됐다고 풀이된다.
다행이 군은 강력히 실력 행사를 하지 않았다. 덕분에 국회는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계엄령 해제를 발표했다. 서울의 밤, 긴박했던 6시간의 헤프닝은 그렇게 끝났다. 그렇지만 미래는 불투명하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국격은 떨어지고 신뢰는 잃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비상계엄령은 위헌이라는 지적이 강하다. 여야도 가리지 않고 대통령의 잘못된 판단을 지적한다. 언론도 보수, 진보를 떠나 대통령의 판단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일을 더 벌일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심신이 불안한 상태도 한몫한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탄핵의 깃발은 더 커지고 있다. 대학들은 연속으로 시국선언을 하고 있고 거리엔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2024년 12월 한해의 끝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서글퍼지는 마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갈 것이다. 역사는 그렇게 기억할 것이다. 늘 그렇듯... ‘오늘이 가는 이유는 내일이 오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경기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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