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효석 칼럼] 이민근 안산시장의 기자회견...‘공평과 차별 사이’

오효석 기자 | 기사입력 2024/05/14 [17:22]

[오효석 칼럼] 이민근 안산시장의 기자회견...‘공평과 차별 사이’

오효석 기자 | 입력 : 2024/05/14 [17:22]

▲ 오효석 국장                 ©경기인

수고했다. 열심히 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안산시 기자회견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3일 이민근 안산시장은 취임 2주년 기념 ‘2035 뉴시티 안산 프로젝트대규모 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준비를 많이 한 듯 이민근 시장은 약 25분간 PPT자료를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했다. 자리를 꽉 채운 기자들과 많은 시 관계자들이 넓은 대회의실 빈 공간에 서서 이 모습을 지켜봤다. 진행도 원만했다.

 

문제는 브리핑이 끝난 후 기자들의 질의답변 과정이다. 주어진 시간이 1시간이었으니 브리핑 25분을 제외하면 남은 시간은 약 35, 사회자는 이 시간을 정확히 지켜냈다.

 

그래서 더 아쉽다. 거창한 준비를 한만큼 질의답변시간은 너무 짧았다. 일정상 기자회견 끝나는 시간이 오전 11, 그 후 일정은 오찬이었으니 약 30분 정도 더 진행에도 별 문제는 없었다.

 

다수의 지자체장들이 직접 기자회견을 하는 경우 대체로 예정된 시간이 조과해도 추가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이날 이민근 시장은 이런 배려가 전혀 없었다.

 

문제는 또 있다. 질문에 대한 공평의 기회다. 필자는 이날 처음부터 손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어떤 방식으로 질문 순서가 정해졌는지는 모른다. 사회를 보던 홍보담당관은 정확히 매체명과 기자 이름을 호칭하면서 질문할 기자들을 지명했다. 사실 언론담당자들이라고 해도 많은 기자들이 시를 출입하다보니 모든 기자를 알 수 없는게 현실이다. 때문에 질문하겠다고 손을 든 기자들을 일일이 매체명과 이름을 다 말하지 못한다. 손으로 가리키며 지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다면 이날 지정한 기자들은 다 아는 기자들이였단 말인가? 물론 추측이다. 그 추측이 맞는다면 결국 평소 자주 어울리는 기자들에게만 질문의 기회를 줬다는 얘기다.

 

필자는 늘 말한다. 매체가 많이 늘고 그만큼 출입기자가 많아지다 보니 질문하는 기자가 많아졌다. 긍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질문 경쟁도 치열해졌다.

 

각 매체를 대표해서, 더 넓게는 시민을 대변해서 질문하는 기자들에겐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질문의 기회는 공평해야 한다. 시간의 제약과 여건 때문에 모두에게 질문의 기회를 줄 수는 없다. 때문에 적어도 처음부터 손을 든 사람에게는 우선 질문할 기회를 줘야한다. 처음부터 지속적으로 손을 드는 데도 시켜주지 않는다면 왜 손을 들라고 하는 것인가? 마치 버스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늦게 온 사람이 새치기를 해 먼저 타는 것과 뭐가 다른가? 승객도 가려 태우면 시민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날 사회자는 끝까지 필자를 지명하지 않았다. 사실 안산시가 기자회견 한다고 공식 초대한 것도 이번이 처음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것도 기자회견 당일 전 까지 숱하게 안내하는 메일을 보내왔다. 아마도 브리핑 내용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싶었던 모양이다. 방식이야 어떻든 그렇게 정식으로 초대해 놓고 들러리만 서라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최근 평택시 같은 경우는 테이블 당 1명씩 순서대로 질문을 받고 다 끝나면 테이블과 관계없이 더 질문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가로 질문을 받고 마무리 한다. 거의 질문하고 싶은 기자에게 다 질문을 받고 끝내는 것이다. 이럴 경우 테이블 순서로 돌아오기 때문에 먼저 손을 들 이유도 없다. 순서가 올 때 손을 들면 되는 것이다. 안산시가 참조할만하다.

 

아무튼 이날 기자회견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는 느낌이었다. 질문 기회를 얻은 대다수의 매체가 나름 잘 알려진 언론사라는 것도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날 여러 가지 논란 중 지역언론이 질문기회를 받지 못해 논란이 일었다. 비슷한 경우다.

 

안산시는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알리지 않았던 언론에게까지 메일로 공지했다. 공정과 공평에 한걸음 더 나아간 모습이다. 유착하지 않고 모든 언론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런 변화하는 언론정책에 박수를 보낸다. 이런 모습이 거시적으로 안산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믿는다.

 

안산시는 2000대 이후 꾸준히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 내용도 대규모 복합개발을 통해 도시브렌드를 높이고 나아가 인구를 유입하겠다는 야심찬 결의였다. 모든 언론을 그 자리에 초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언론을 규모에 의해 차별하지 않고 모든 언론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준다는 것. 그런 안산시의 변화하는 대언론 정책에 박수를 보낸다. 기자회견을 준비한 이민근 시장을 비롯, 시 관계자 모두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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